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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very well : Life of an ordinary programmer

독일 구직 비자를 받고…

독일에 온지 두 달이 오늘로 되었다. 첫 2주 동안은 시차 적응(?) 및 지금 살고있는 집 주변 환경을 익히고, 전입 신고를 하고, 은행 계좌를 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후에는 linkedin, xing 을 통한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했다. 구직 활동을 시작하고 딱 한 달이 되던 날과 그 다음 날에 각각 베를린과 뮌헨에서 온사이트 인터뷰가 잡혔고, 그 다음 주에 낙방 통보를 동시에 받았다.

모든 게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 했다. 독일에 온 지 한 달 반 만에 일자리를 구해서 취업 비자를 받게 되면, 무비자 90일 체류기간 안에 정식 비자를 받게 되므로 귀찮게 다른 비자를 받으러 외국인청에 갈 필요가 없게 될 것이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 또한 무비자 90일에 맞추어 했기 때문에 베를린이든 뮌헨이든 이사갈 집도 잘 구해서 옮겨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꿈이 깨졌다.

애초의 계획은 독일에서 구직 비자를 신청하여 가족과 함께 무사히 받아 6개월 내에 일자리를 구하는 거였고, 이제는 이 계획대로 나와 가족까지 비자를 잘 받게 되었지만 구직 활동 한 달 만에 온사이트 인터뷰를 두 군데나, 그것도 한국에서부터 내가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였기에 탈락의 아쉬움에서 헤어나오는데 힘이 드는 것 같다.

아무튼… 탈락은 탈락이고, 구직은 구직인 것이지… 정말 운이 좋아서 남은 한 달 내에 다시 온사이트 인터뷰까지 가서 합격한다고 해도 이미 무비자 90일이 지나버리게 되므로 어쩔 수 없이 구직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모든 걸 예약으로 처리하는 이곳인지라 외국인청 예약 사이트를 통해서 지난 달에 예약은 미리 해뒀다. 다만, 날짜가 12월 19일이라-나의 90일 무비자 만료일은 9월 19일- 너무 늦는 상황이었고, 혹시나 빈 시간이 생겨 수정 메뉴를 통해 여러 번 조회를 시도해 봤지만, 그런 건 없었다. 예약없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새벽에 가서 줄을 서면 된다기에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국인청은 월, 화, 목요일에만 선착순 번호표를 나눠준다. 내가 가려는 목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업무가 시작된다기에 오전 6시 정도에 맞춰갈까 했지만, 도착한 시간을 보니 오전 6시 20분이었다. 전날 오후에 사전 답사를 왔다 갔기에 무리없이 찾아올 수 있었고, 외국인청 뒤에 waiting tent 라고 써있는 곳을 봐두었기 때문에 그 곳으로 들어갔더니 거긴 학생 비자만 담당한다고 하더라. 내가 학생이 아니라고 하자, 한국을 담당하는 건물은 Haus B 라며 앞 쪽 건물로 가라고 해서, 얼른 뛰어 Haus B 입구로 갔더니 이미 10여 명의 사람이 있었다. 8월의 아침 기온이 10도 밖에 안 되서 가져간 담요를 어깨에 걸치고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더니 의외로 시간이 빨리 흘렀고, 9시쯤 되자 모든 건물 입구에서 4~50m 넘게 줄이 서 있더라. 매일 할당된 번호표의 양이 다르고 그 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은 예민했다. 한 명이 서 있었는데 가족이라며 끼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서로 싸우는 경우도 생길 지경.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번호표를 못 받아 여러 번 오는 경우도 있다 하니…

9시 50분 쯤 보안 요원이 입구를 열어줬고, 문이 열리자마자 각 층으로 뛰어 들어가느라 난리통이 연출됐다. 구직 비자는 2층의 E 4.1, 4.2 라는 곳이라는데 사전 답사를 왔을 때 이미 정문이 닫힌 상태라 건물 밖만 둘러보고 갔던 터라 무조건 사람들이 가는 쪽으로 가서 줄을 섰다. 혹여 줄을 잘못 섰을까 두리번댔지만, 번호표는 딱 한 군데에서만 나눠주는 것 같았다. 건물 밖에서의 질서따윈 기대할 수 없는 아수라장이라 번호표를 나눠주는 외국인청 직원 한 명과 보안요원 한 명이 질서를 유지하라며 윽박을 지르는데, 참 뭐랄까… 내 처지가 참 딱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 난리통의 줄에서 한 10분 정도를 서서 번호표를 나눠 주는 직원까지 갈 수 있었고, 내 여권과 신청하려는 비자 종류를 얘기하자 번호표를 주더라. 대기실에서는 번호표와 방번호가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었고, 15분쯤 기다리니 화면에 내 번호가 나타났다. 의외로 빨리 10시 반 정도에 담당 직원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구직 비자를 신청하려고 하고, 관련 서류는 여기 다 있다. 우리 가족도 함께 처리해달라고 얘기를 하자 신청서를 달라고 한다. 임시 숙소같이 여기는 집이라 프린터가 없었을 뿐 더러, 외국인청에 가면 당연히 신청서가 구비되어 있을 줄 알고 그냥 갔기에 신청서좀 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알아볼 수 없는 독어-스페인어-프랑스어-포르투갈어로 되어있는 신청서를 주더라. 신청서 외의 서류를 본 담당 직원은 문제가 없다면서 잠시 나가있으면 따로 부르겠다며 나가서 신청서를 작성해 놓으라고 한다. 핸드폰에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영문 신청서와 대조해가면서 겨우 작성을 하고, 1시간 여를 기다린 후 담당 직원이 나타나서는 다 됐다며 들어오라고 했고, 그 직원 책상에는 비자가 발급되어 부착된 우리 가족의 여권이 놓여 있었다. 신청서는 서류에 불과해서인지, 담당 직원이 센스를 발휘해서 일을 처리해준 것 같았다. 어른 2명에 100유로, 아기 한 명에 25유로 총 125유로를 지불하고 다시 사무실로 찾아올 필요 없이 그냥 집에 가면 된다고 해서 수수료 기계에서 지불하고 집으로 왔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추운데서 4시간 여를 서 있어서 그런지, 감기 기운에 이 날 이후 이틀 간 12시간을 내리 잔 것 같다. 비자를 받고 나니 무슨 게임같은 데서 에너지가 30%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200%로 에너지가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남은 합법적 체류 기간이 30일에서 180일로 늘어났으니… 하지만 긴장감은 더 생긴다. 한 달 후 새로 이사갈 집을 알아봐야 하고, 지난 주에 이어 계속해서 입사 지원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이번 주에 있었던 코딩 테스트와 전화 인터뷰 두 곳이 아직 연락이 없지만 연락이 오면 인터뷰를 또 봐야 한다. 구직 체험기 말고 구직 성공기를 올릴 날이 빨리 오기를…

구직 비자 신청 시 필요 서류

  • 여권
  • 사진
  • 대학졸업증명서 – 학교에서 발급받은 원본, 복사기에서 복사한 복사본
  • 재정증명 – 도이치방크 일반 계좌 은행 잔고 증명(ATM에서 발급받은 콘토아우스축)
  • 보험서류 – 마비스타 6개월
  • 전입신고증 – 구청(Bürgeramt)에서 전입 신고하고 받은 서류
  • 현금 또는 EC카드 – 수수료 납부용
  • 가족 관련 서류 – 내 기준 혼인증명서, 내 기준 가족관계부 – 광화문에서 아포스티유 받고, 주독 한국 대사관에서 제공해주는 양식 다운 받아 집에서 번역본 작성 후 서울역 독일 대사관에서 공증 받아서 가져옴. 공증은 주독 한국 대사관에서 하는 게 훨씬 싸다고 하지만, 혹시나 해서 한국에서 받아왔다. 독일에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 가족 보험 서류 – 마비스타 6개월

관련 사이트

  • 구직 비자 신청 안내 – 정식 명칭은 Residence permit for qualified workers wishing to search for an employment.
  • 주독 한국 대사관 문서 자료 – 가족관계부, 혼인증명서, 기본증명서 포맷 및 예시 제공. 전문 번역은 너무 비싸고, 어차피 공증이란 게 번역 품질을 따지는 게 아니라길래 독일어 abcd 도 모르는 상태에서 구글 번역기 돌려가며 예시대로 작성한 후 공증 받고, 현지에서 가족 관계 서류로 전입 신고할 때랑 비자 신청할 때 두 번 써 먹음.

 

** 구직 비자 관련 예전에 썼던 글

** 한국에는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고, 또 이렇게 가족 단위로 일단 들어와서 신청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므로 이렇게나마 남겨두면 내가 사노이님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남겨봄… 왜 주한독일대사관 비자 안내에는 구직 비자 얘기가 없는 건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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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6년 8월 22일 , 시간: 8:59 오전

내 경험, 독일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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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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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90일 내에는 취업이 완료될 것 같지 않아서, 외국인청에서 구직 비자를 받았다. 나는 새벽에 가서 줄을 섰고, 가족들은 업무 시간 30분 전에 택시를 타고 […]

  2. […] 실제 비자를 받고 난 뒤 썼던 글 – 2016/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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