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way

I'm very well : Life of an ordinary programmer

대대장에 대한 기억(1)

내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자기 후임을 어찌나 갈구는지, 9 to 6 로 갈궈대는데 내가 당사자라면이건 진짜 도저히 듣고 앉아있을 수준이 안 된다. 군대에서도 저렇게 갈구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라며 군대에 있을 때 이렇게 갈궈대는 걸 본 적이 있는지를 떠올리다가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다. 이렇게 하나 둘 적다 보면, 별 에피소드 없는 아주 무난한 내 군 생활 이야기도 수 십 개가 쏟아져 나올 것 같다. 그 첫 번째로 대대장과 관련된 이야기.

나는 군 생활 때 두 명의 대대장을 경험했다.

첫 번째 대대장은 어찌나 음주와 유흥 문화를 좋아하는지, 일 주일에 두 세 번은 새벽 늦은 시간까지 문화 생활을 즐기고 영내 관사로 복귀하곤 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사니까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신기한 건 술을 그렇게 먹고도 사고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아무리 과음을 해도 정시에 출근해서 자기 사무실 안에 있는 내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병사들은 물론 간부들에게도 크게 화를 내지 않는 타입이었다. 왠만한 문제가 터져도 ‘사람만 안 죽으면 되는 거’라고 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부대 간부들이나 병사들 앞에서는 근엄하면서도, 민간인들 앞에서는 달변가처럼 말씀을 잘 하시더라. 그 때, 사람은 한 가지 면만 가진 게 아니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야 그 분이 좋은 분이라는 걸 알았지만, 처음에는 그저 무서워서 피해다녔던 기억도 난다. 무섭게 느꼈던 계기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다. 언젠가 내 사무실 앞에 돌덩이(?)가 하나 있었는데, 일전에 나더러 그걸 치우라고 얘길 했었나 보다.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내 사무실 문을 열더니 “야, 너 지금 나한테 개기는 거니? 이거 왜 안 치워?”라고 얘기를 해서 심하게 쫄았던… ㅎㅎㅎ 딸만 둘이어서 그런 건지, 이랬니, 저랬니 라는 말투를 많이 썼었다. 욕을 할 때에도 이새끼 저새끼 보다는 등신, 머저리 류의 어휘를 선택하곤 했던 것 같다.

이 분과는 1년이 조금 안 되게 생활을 했는데, 그 기간 동안에 벌어진 일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그건 간부들 휴가와 관련된 거였다. 여름이 거의 다 끝나가는 와중에 여름 휴가를 가지 않는 간부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어느 날 아침 회의 때 이렇게 얘길 꺼냈다.

“야, 여기 있는 니들 중에 하나 둘 없다고 부대가 안 돌아가면 그게 부대니? 지랄들 떨지 말고 돌아가면서 다 휴가 가!”

이 날 회의가 끝나고 대대장이 지통실을 빠져나감과 동시에 다들 언제 휴가를 가겠노라며 달력에 체크를 했다.

저 말은 내가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들어본 가장 훌륭한 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군 생활, 파트 타임, 직장 생활 이거 저거 쭈욱 해 오면서 보니, 군대 뿐 아니라 어떤 조직이라도 어느 한 사람 없다고 그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건 그 사람이 유능하다기 보다는 그 조직이 잘못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번은 25주년 근속 기념인가 해서 대대장 내외가 해외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근데, 하루인가 이틀인가 지나고 나서 관사에 키우던 애완견이 아파서 대대장 짚차를 타고 시내 동물병원에 갔다온 얘기도 있는데… 그건 뭐 두 번째 대대장이 본부 중대장한테 생수 사오라고 시켜놓고, 석수를 사오니까 왜 삼다수를 안 사왔느냐며 쌍욕을 퍼부었다는 거에 비하면 양반인 격인 듯해서  패스. 두 번째 대대장 얘기는 다음에 계속.

광고

Written by dyway

2013년 5월 8일 , 시간: 5:42 오후

내 경험에 게시됨

Tagged with

2개의 답글

Subscribe to comments with RSS.

  1. 형도 군대이약기는 할 말이 차암 많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구나 ㅎㅎㅎㅎ

    윤종민

    2013년 5월 8일 at 9:31 오후

    • 넌 그냥 오프라인에서만 해라 ㅎㅎ 니껀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기사 감임.

      dyway

      2013년 5월 9일 at 9:21 오전


댓글이 닫혀있습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