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way

I'm very well : Life of an ordinary programmer

여 저 뭐 그저 그런 날

0. 개발 단계가 다음 주면 종료가 되고, 운영 모드로 넘어간다. 실제 운영은 아니고 차기 버전 추가 개발로 변경되는 바람에 운영같지 않은 운영을 하게 됐다. 연말에 거사도 있고, 아직 1년 만근도 하지 않아서 지금 회사를 옮길 상황이 아닌 것 같아 하루 하루를 정말 이를 악 물고 출근을 한다. 업무도 거의 없고, 평소에 관심있었던 툴 사용법이나 관심있는 분야 블로그, 뉴스 들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퇴근 후에는 얼마 전에 장만한 노트북에 이것 저것 설치해보고, 개발 환경 만지느라 평소보다 1~2시간씩 늦게 잠자리에 들고 있다. 근데, 제대로 집중해서 하는 일이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1. 대리급 개발자가 하나 있다. 입사할 당시에 자바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책을 펴 놓고 눈으로 보는 척을 하다 잠을 잔다. 팔짱을 끼고 책을 보니 잠이 올 수 밖에 없지. 타이핑 없는 프로그래밍 공부는 수학의 정석에 있는 예제 풀이를 눈으로 보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 예제는 쉽기라도 하지, 프로그래밍 책은 쉬운 책도 아닌데. 한 줄 한 줄 따라 쳐봐도 오류가 나는 판에 언제까지 저렇게 눈으로만 볼 건지.

2. 마흔은 된 줄 알았는데, 나랑 겨우 세 살 차이 밖에 나는 아저씨. 오전, 오후, 퇴근 직전까지 하루에 3회 이상 사무실에서 숙면에 빠진다. 그래, 인정한다. 일이 없다. 마지막으로 코드 커밋한 날짜가 5개월 전이면 말 다 한거지 뭐. 그런데, 담당 파트쪽에 뭐 좀 물어보면 자기가 한 게 아니라고 모른다고 하는 건, 나보다 돈 더 많이 받아가는 프리랜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이 사람 뿐 아니라 정말 일이 없어서 놀고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전반적인 프로젝트 규모가 작은데, 이런 사람들 놀리면서 자리를 차지하게 하는 건, SI 바닥의  머리수 채우는 문제랑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회사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아내야 하니까 쓸모없는 개발자들로 자리를 채우고, 현장에서는 일도 안 하는 프리랜서들이 자리차지하고 있으니까 분위기 더러워지고. 악순환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그 돈을 나를 주란 말이야… 사장도 아닌데 돈아깝기는 처음이다. 계약같은 게 궁금해진 것도 처음이고. 프리를 뛸까라고 생각해본 것도 처음이다.

3. 대기업 재벌 SI업체의 과장급 실무자. 하는 일도 없이-최소한 이 프로젝트에서는, 다른 데선 어떤지 내가 알 길이 없으니까- 신입사원들하고 노가리를 깐다.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너무 시끄럽다. 사무실이 쩌렁 쩌렁할 정도. 정말 유난히 일을 안 하는 타입이다. 한 회사를 10년을 다녔다는데, 옛날엔 한 회사에 10년을 다니면 너무 유능해서 회사에서 놔주지 않아서 또는 다른 데 갈 실력이 못되서 이렇게 둘 중 하나로 생각했는데, 이 인간을 본 이후로는 그 회사 나가면 다른 곳 갈 수가 없기 때문에라는 이유 하나로 생각하게 됐다. 고객과의 회의에선 고객 편에 선다. 고객이 뭐라고 말하면, “맞아요. 그렇게 해야 해요… 왜 이렇지? 그렇게 바꿔 주세요.”라고 말한다. “야, 너 개발팀이거든… 니가 이거 전부 다 분석하고 설계해서 개발할 수 있게 해 준 다음에 결과물 나오면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고객한테 말해야 하는 거거든, 이 멍청아.”라고 목구멍 까지 올라오지만 뭐 면전에서 또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있나. 그냥 무시하고 사는 거지. 그 인간을 보면, 그 회사의 경쟁력이란 부자 부모 만난 무능력한 놈들하고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4. 뒷자리 다른 프로젝트 기획자들. 정말 초초초초초대박이다. 대체 무슨 프로젝트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매일 야근에 주말 출근에 모든 회의를 자리에서 해치운다. 시끄러워도 이렇게 시끄러울 수가 없다. 자기들 개발팀하고는 자리가 떨어져 있는지, 중간 중간에 고성으로 저쪽 너머에 있는 개발자 이름을 부른다. 메신저가 왜 있는지 모르는 듯. 회의실이 부족하면 나가서 얘길 하든가 해야지. 그래도 뭐 일하는 거니까 그래 회의실이 모자라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저 옆에서 노가리까는 애들보단 니들이 낫다… 그래도 회의는 나가서 해야지.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다구 정말.

5. 나는 조용한 환경이 좋다. 파티션으로 나뉜 곳이어도 좋고, 골방이어도 좋다. 이어폰을 꼽아도 시끄러운 소리가 귓구멍으로 파고드는 소음이 없는, 그런 곳이 좋다. 사무실이 너무 시끄러워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 동안 잘 표현 못했던 남욕을 써버렸네.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이란 책에 보면, 이런 게 전부 다 경력 말아먹는 방법이라고 나오는데… 뭐 내 마음이지.

6. 나처럼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기보다는 조금은 소리가 있는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사이트 두 곳 소개하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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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3년 3월 21일 , 시간: 5:41 오후

내 경험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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