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우연히 보게 된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읽고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도서관이었는지 서점에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한 번 쓰윽 들춰보고 친구에게 선물했던 책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문학, 철학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왜 이 책을 선물해 주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친구도 인터넷 서점에서 책 소개를 보고는 읽고 싶다고 해서 선물하게 됐던 것 같다. 그 때엔 정독하지 못했다가 얼마 전에 회사의 동료분이 가지고 계셔서 빌려볼 수 있게 됐다.

이 책은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서울의 역사가 녹아있는, 그나마 좀 오래된 동네 위주로 그린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서울의 강북, 그 중에서도 중구-종로구 일대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 경복궁, 광화문, 세종로, 덕수궁, 정동, 인사동, 종로, 숭례문, 독립문, 서대문, 대학로 등이 나온다. 적고 나서 보니, 이 책을 제대로 읽고 데이트할 때 써먹어도 좋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같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들이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서울의 풍경 속에 녹아있는 세태에 대한 생각-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문화재를 없애고, 자리를 이동시키고, 문화재가 소실되고, 시내의 한적한 곳이라면 사방 팔방 담배 연기에 찌들었다거나, 갈 곳 없는 노년층들이 모인 공원 대한 작가의 생각들-과 이랬으면 어땠을까 라는 작가의 상상-남산을 감고 있는 나무의 모습이라든지,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기구에 대한 상상도라든지, 숭례문 근처에 있었을 법한 연못이라든지-, 어느 장소 한 곳 한 곳에 대한 역사 이야기까지. 그림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일러스트 모음집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림에 곁들여진 작가의 생각이나 역사적 사실도 훌륭했다. 텍스트만 따로 뽑아 내더라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라고 생각. 역사 책을 써 내려간 것이 아닌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적힌 이야기가 인상적인 데다가, 대부분 직접 걸어보고, 눈으로 봤던 곳들이라 몰랐던 이야기들이 더 재밌게 와닿았던 것 같다.

이장희 작가에 대한 인터뷰와 책에 대한 동영상 광고가 있어 첨부한다.

디자인 정글 : 일러스트레이터 이장희

* 얼마 전에 읽은 “철들고 그림 그리다“라는 책에 이 책이 소개가 된다. 언젠가는 서울을 돌아다니며 이런  그림들을 그리고 싶다는 글이 있었는데, “철들고 그림 그리다”의 작가인 정진호님이 책을 준비하는 기간에 내가 친구에게 선물한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라는 책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이런 뒷 이야기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책을 읽게 되니까 뭔가 신기한 기분이 들더라. 정진호님은 지금 페이스북에 서울스케쳐라는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 서울스케쳐와 별개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어반 스케쳐스라는 그룹이 있고, 국내에도 서울 어반 스케쳐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계신다.  어반 스케쳐스에서 책도 낸 것 같은데, 그 책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서울 어반 스케쳐스에 대한 소개는 교보문고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쓴이: d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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