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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여행 – 춘천, 속초

여행 다녀온 지도 꽤 됐고, 회사 일도 바쁜 게 없어서 하루 휴가를 내고 1박 2일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가깝고도 먼 도시 춘천. 연애할 때 가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니, 10년 전에 간 게 마지막인 듯하다. TV프로그램에서 닭갈비가 나올 때마다 아내와 함께 한 번 다녀오자고 수 없이 말만 해 와서,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로 춘천 닭갈비(?)를 선택.

닭갈비의 도시 춘천 답게, 검색을 해보니 수 많은 닭갈비 집이 쏟아져 나온다. 대충 공부를 해보니까 두 가지 방식으로 정리가 되더라. 서울에서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판에 볶아 먹는 방식이 있고, 숯불에 구워먹는 방식이 있었는데, 우리는 숯불에 구워먹는 방식을 선택했다. 일요일 11시 30분 정도에 숯불 닭갈비 집에 도착했는데, 그 때 막 가게 문을 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장님이 초벌구이를 해서 상으로 올려주셨고, 살짝만 더 익혀서 먹으라고 일러주시기도. 매콤한 양념이 잘 배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던 중에 알게 됐는데, 술불로 결정하기 직전까지 숯불이냐 철판이냐 경합을 했던 일점오 닭갈비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숯불 닭갈비

숯불 닭갈비

다음 목적지는 양양의 낙산사. 내비게이션에 최적화된 길을 알려달라고 하면, 계속해서 새로 생겼다는 미시령 터널을 지나 속초로 들어갔다가 양양으로 향하는 길이 나왔다.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로 무료 도로로만 돌아다니는 것을 넣었기 때문에 무료 도로 옵션을 선택했더니,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넘어가는 길이 나오더라. 운전대를 잡아본 이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한계령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아찔한 길로 향하게 되어 살짝 떨리면서 설레이기도 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확실히 차량이 적었다. 구불 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더니 어느새 해발 900미터를 넘어섰고, 저 앞 언덕 위에 한계령 정상이라는 표지가 보였다. 그리고 왼쪽에 한계령 휴게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동해쪽을 보았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동해쪽을 보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이란 사진으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

많이 춥지 않은 날이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금세 볼이 얼어 붙었다. 잠깐 동안의 구경을 마치고, 낙산사로 계속 고고. 언제 한계령 길이 뚫렸는지 어떻게 그런 길을 만들었는지 신기해하며 이동했다. 180도에 가까운 내리막 턴을 할 때에는 이니셜 D타쿠미 생각이 절로 나더라.

낙산사도 한 3~4년 만에 찾은 것 같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나무들이 많이 자릴 잡았다. 저번에 왔을 때에는 식사 시간이 겹쳐서 국수 공양을 할 수 있었는데, 이 날은 오후 느즈막히 도착을 해서 공양은 못했다.

낙산사 해수관음상

낙산사 해수관음상

홍련암의 파도

낙산사 홍련암의 파도

낙산사를 한 바퀴 돌고, 속초로 올라왔다. 이번 여행의 메인 주제인 맛있는 음식 먹기를 위해 사전에 인터넷에서 검색한 생선 구이집을 찾았다. 관광지가 어디든 그렇듯 전부 TV에 나왔던 곳이지만, 예전에 ‘맛있는 TV’에서 봤던 88 생선 구이집을 처음엔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기 저기 커뮤니티를 보니, 88 생선 구이집보다는 다른 곳을 더 추천한다기에 그 곳으로 향했다. 내비에 찍힌 목적지에 도착을 했는데, 애초에 목표로 했던 생선 구이집은 없고 다른 생선 구이집들만 즐비하더라. 주변을 둘러보니 주차장 한 켠에 트럭이 한 대 서 있었고, 그 트럭에 다른 곳으로 확장 이전을 했으니 그 쪽으로 오라는 광고판이 붙어있었다.

그렇게 새로 찾아간 생선 구이집은 브레이크 타임중이었다. 생선 구이집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저녁 식사 시간은 오후 5시 30분부터라고 했다. 한 20여 분을 기다렸다. 우리 말고도 앞에 한 서너 가족 정도가 더 있었다. 생선 구이와 함께 돌솥밥이 패키지로 나왔다. 인당 13,000원이었는데, 그냥 적당한 느낌이랄까. 국물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3,000원짜리 국물 메뉴를 시켜서 먹었다.

속초 생선구이

속초 동명항 생선구이집

저녁을 먹고, 설악산 케이블 카를 탈 수 있는 곳에 호텔로 향했다. 국립공원 초입의 가로등이 예쁘더라.

이 날이 정월 대보름이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호텔로 들어가던 중에 보름달을 볼 수 있었다.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비나이다 비나이다.

호텔은 리모델링을 한 층이라고 하는데, 객실이 너무 좁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너무 놀랐다. 침구는 편안했고 난방도 잘 됐지만, 이런 거 저런 거를 다 떠나서 그냥 “좁다”는 느낌 하나였다.

다음 날 아침 2층 식당에서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아침을 가볍게 먹고,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는 설악산 입구로 산책을 한 바퀴 했다. 호텔은 전체적으로 영국 느낌이 나는 곳이었는데, 아이들 눈으로 보면 정말 신기할만한 소품들이 많았다. 아침을 먹으면서 보니 호텔에 투숙객이 엄청 많았고, 가족 단위 투숙객이 대다수였다. 호텔 입구에는 영국에서 직수입해 온 2층 버스가 두 대 있었는데, 한 대는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에 살던 동네를 지나던 버스 번호여서 반갑기도 했다.

호텔에서의 아침 식사

호텔에서의 아침 식사

런던의 98번 버스

런던의 98번 버스. 내가 살던 동네-Willesden-를 지나다니던 버스.

속초 중앙 시장에 들렀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지방 여행을 가면 항상 시장을 들르게 된다. 그 유명하다는 속초 닭강정을 구매를 했는데, 닭강정은 정말 나에겐 어이가 없을 정도의 퀄러티를 자랑-뼈가 많고, 살은 없고, 튀김옷은 두껍고, 양념은 너무 달다. 닭강정이 원래 그런 거라고 하면, 앞으로는 절대로 사먹을 생각이 없을 정도-하고 있었고, 또 유명하다는 시장 입구의 호떡은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5-60명은 족히 되서 그냥 패스. 젓갈 파는 골목에 들러서 새우젓, 낙지젓, 오징어젓, 명태 식혜 등 한 보따리를 싸들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시장이 꽤 깔끔하고, 크게 잘 되어 있었는데, 시장 건너편의 유료 주차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차권을 점포 당 1만원 이상 구매 시 30분 사용 가능한 주차권을 주더라. 이 주차권은 총 4장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만일, 1만원씩 네 군데의 점포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4만원만 구매해도 2시간 무료 주차를 할 수 있고, 10만원을 한 점포에서 쓰게 되면, 30분만 주차가 가능한 시스템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시장에서 총 지출한 비용이 10만원이 넘었지만, 점포 두 곳에서만 구매를 했기 때문에 주차권을 두 장만 받아서 유료 주차비 800원을 내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젓갈을 살 때 주차권 좀 더 달라고 할 걸 그랬나.

그렇게 장을 보고, 이번엔 황태 덕장과 식당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진부령으로 향하기로. 떠나기 전에 유명하다는 식당의 이름을 외운다고 외웠는데 기억력이 참… 한 10분 여를 검색하다가 도저히 못 찾겠어서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미시령

미시령 터널로 가는 길. 설악산 봉우리가 장관을 이룬다.

새로 생긴 미시령 터널을 지나 진부령쪽 출구로 나오자 마자 황태 요리 식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왠지 큰 길가는 아니었던 것 같아서 진부령쪽으로 조금 들어갔다. 왼쪽에 식당이 몇 군데 나오고 오른 쪽에 황태 덕장이 나오고, 사진에서 본 것 같은 표지판이다… 라고 생각하며 안으로 더 들어가는데, 직감적으로 이 길로 조금 더 가다가는 진부령을 넘어갈 것 같다는 느낌에 차를 돌려서 나왔다. 그리고 아까 봤던 황태 덕장 건너편의 식당을 쳐다보니, 식사 때가 아닌데도 사람이 가득 차 있는 것이 딱 유명해진 식당 느낌이었다. 그제서야 간판을 확인하고 검색을 해보니, 내가 잊어버렸던 바로 그 식당. 인당 1만원의 황태 정식을 시켜 정말 맛있게 먹고, 식당 안에 마련된 황태 덕장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 판매장에서 황태와 뼈, 머리를 구입하고 나왔다. 황태 정식에 나온 뽀얀 국물은 무교동 북엇국집의 그것과 비슷했는데, 차이라면 무교동 북엇국에는 두부와 계란이 들어있고, 여기는 계란이나 두부 대신 감자가 두 어개 들어 있었다. 국물의 깔끔함도 황태쪽이 나은 듯.

배가 불러서 주변에 둘러볼 데가 있는지 걸어 다녀봤지만, 황태 덕장 사이에 매달린 명태와 왜 식당 이름이 용바위 식당인지 알게 해 주는 바위의 모양 말고는 돌아다닐 곳이 없더라. 잠깐 바람을 쏘이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에도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국도를 이용했는데, 시원하게 뻗은 도로에 차량이 별로 없어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으로 올 수 있었다.

용바위 식당

진부령 용바위 식당

황태 정식

뽀얀 국물이 인상적인 황태 정식

이런 식의 여행 기록은 잘 남겨놓지 않는 편인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여행 한 번 갈 때에 정보를 얻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을 쏟게 되는데, 그렇게 시간을 들여서 얻은 정보와 내 경험을 나 혼자만 간직하는 건 뭔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적게 됐다. 적어도 나와 비슷한 경로로 여행을 가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정리를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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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3년 3월 5일 , 시간: 3:37 오후

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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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석 닭강정이던가?? 그거 먹은거냐?? 난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는데 ㅎㅎㅎ

    윤종민

    2013년 3월 5일 at 4:28 오후

    • 줄 서는 건 어지간하면 안 하지. 그 옆 집 어딘가에서 샀는데, 맛은 거의 다 비슷할 듯.

      dyway

      2013년 3월 6일 at 7: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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