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way

I'm very well : Life of an ordinary programmer

야근은 당연한 게 아닌데…

어제 저녁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 사람들과 식사를 했다. 평소에 마주치기 힘든 1-2년차 사원들과도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기회라 평소에 못했던 대화를 좀 나눠보고 싶었고, 약간의 대화를 나누었는데 뭐랄까… 그들에게는 내가 사원일 때 접했던 말도 안 되는 SI 근로 현장에 대한 반감, 불신같은 걸 느낄 수가 없어서 조금 안타까웠다.

Q : 야근을 많이 하는가?
A : 거의 두 달 째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

Q : 왜 야근을 하는가?
A : 다들 야근을 한다. 고객이 야근 하기를 원한다. PM도 대기해달라고 한다. 업무를 저녁에 준다.

Q : 아무렇지도 않은가?
A :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다 같이 하는 일 아닌가. 서로 간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Q : 자기 개발을 하는가?
A : 매일 야근에 치여서 솔직히 자기 개발할 시간이 없다.

내가 있는 프로젝트와 다르게 야근을 많이 하는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분들이라 가장 궁금했던 야근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물론, 식사 시간 내내 이 얘기를 했다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겠지만, 지나가는 얘기로 했던 것을 종합해보면 이쯤 됐던 것 같다.

대화를 나눠본 후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매일 반복되는 야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불가피하게 야근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지금 상황은 ‘특별한 일이 있으면 야근을 한다’는 게 아니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야근을 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느낌이랄까. 일부는 매일 늦게 퇴근을 하니까, 다음 날 출근을 늦게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기도 했다. 오늘 술 먹고 죽으면 내일 오전을 제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왜 야근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객(또는 을)이 야근 하기를 권한다는 것과 다들 야근하는 데 먼저 들어가기가 그렇다는 얘기를 한다. 내가 남들이 야근을 하면 본인도 야근을 해야하느냐고 말하자, 아무래도 눈치가 조금 보인다는 반응과 같이 하는 일인데 어떻게 먼저 가느냐라는 식의 얘기, 서로 간의 배려가 아니냐는 얘기도 하더라. 그러면서, 퇴근하기 전에 옆자리 동료에게 혹시 도와줄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제서야 도와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정규 업무 시간에 일을 다 해야겠다’, ‘내일 이어서 해야겠다’등의 생각은 이젠 아예 포기한 것 같고, 같은 회사 PM의 암묵적 야근 강요에도 아무 말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포기라는 말 보다는 자신의 판단 기준 자체가 현재 처한 환경이 전부가 되어버린 느낌)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면, 자기 시간이 날 수 없는 게 사실. 회사 업무를 통해서 자기 능력을 키워나간다면 야근을 해도 자신의 역량이 커져갈 테니까 그나마 보상이 될 수 있겠지만, 모든 업무가 그런 것도 아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을 쏟아붓지 않으면 역량이 커질 리가 없는 것인데 그걸 지금 못하고 있다니…

이 직업을 가지고 계속 살아갈 후배들이라면 조금 더 멀리 보고, 길게 갈 수 있는 길을 알아볼 수 있는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꾸 말을 꺼내보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많지도 않고, 괜히 남에 인생에 참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조금 그렇더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화두를 던지는 것이 가끔은 환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 시도는 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지난 주 토요일에 열린 제 13회 한국 자바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한 제니퍼소프트 이원영 대표의 영상이다. 행동하기에 쉽지는 않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얘기들을 던져준다. 개인적으로는 행동하기에 앞서 본인의 의견을 조금씩 피력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 만일, 이 영상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거나, 꿈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본인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게 누구인지, 무엇때문에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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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3년 2월 27일 , 시간: 9:59 오전

내 경험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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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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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도, 너무나 필요한 이야기. 어쩜 그리 다 비슷비슷 하냐.

    윤종민

    2013년 2월 27일 at 12:57 오후

    • 거긴 체계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벤처라고, 스타트업이라고 체계가 없어도 된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기민함과 유연함이 체계를 부정하는 걸로 인식되는 현실을 이해하기 힘들다.

      dyway

      2013년 2월 27일 at 1:51 오후

  2. 갑사의 행포도 있을 수도 있는 듯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반듯히 해야 한다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라는 식으로 나오니 대기 해야하고…
    대기하고 있으면 딱히 확인 할 건 없는데…

    야근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라도 있으면 될 텐데… 갑사, 을사는 야근 수당을 받으니 뭐~~~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서~~~

    갑,을 계약 관계와 복잡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고객의 잘 못이 크다고 생각해~

    직원들의 아니한 생각도 문제가 좀 있고…

    늦게 갔으니 늦게 와도 된다는 그런 생각은 자신을 욕보이는 행동이 아닐까?

    larry

    2013년 2월 28일 at 9:46 오전

    • 근본적인 문제는 갑, 을, 병, 정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제도에 있긴 하죠. 하지만, 신입사원들이 부당한 야근 강요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PM이나 차, 부장급 분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무리한 업무를 일정 조율 못하고, 다 받아와서 원하는 기한 내에 잘 처리하는 게 전부는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근태는 평가 항목도 될 수 있지만, 말씀하신 대로 자기 관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dyway

      2013년 2월 28일 at 10: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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