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way

I'm very well : Life of an ordinary programmer

공산당이 싫어요.

내가 다니는 회사의 월급은 연봉의 1/12이다. 명절이라고 해서 상여금이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 전 회사도 그랬고, 전전 회사도 그랬다. 그게 계약 조건에 명시되어 있기도 했다. 그래서 명절이 돌아와도 회사에서 과일 상자나, 선물 셋트 같은 걸 준비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전 회사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나눠줬었다. 생협같은 곳에서 제공받은 여러 종류의 케이크 메뉴 중 하나를 인트라넷을 통해 고르면 크리스마스 전 날 쯤에 5톤 탑차에 실려 케이크가 배달됐다. 트럭 가득 케이크가 쌓여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에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회사에서 특정 종교를 따르거나 강요하는 일은 없었는데도, 크리스마스를 그냥 하나의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날로 생각했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회사였기 때문에 그런 전통(?)이 있을 수 있던 것 같다.

지난 추석 때에는 지금 회사에서도 선물을 줬었다. 그것도 과일 상자를 두 개나. 유부들은 본가와 처가, 미혼들은 친가와 외가에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 같았다. 그런데 올 해에는 설을 하루 앞 둔 날까지도 조용하더라. 원래 없던 거니까… 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그 놈의 학습 효과가 무엇인지 조금 아쉽긴 하더라.

설 연휴 전 날인 금요일에 조기 퇴근을 하고 집에 거의 다 왔는데, 동료분이 보낸 카톡에 통장을 확인해 보았느냐는 말이 들어와 있다. 인센티브라도 들어온 건가 싶어서 통장 잔고를 확인해봤더니 한 달 치 월급까진 아니어도 괜찮은 금액이 ‘상여금’이라는 항목으로 입금되어 있었다. 몇 년 만에 받는 인센티브인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 입사해서 10개월 간 일을 해 왔고, 회사는 작년에 수익을 냈고, 그에 따른 수익 분배를 해 준 것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입금이 되어 있으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나. 과일같은 걸 못 챙겨준 대신 깜짝 선물로 인센티브를 입금해주려는 회사의 배려아닌 배려가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카톡을 통해 소식을 전해준 동료분의 반응을 보니 금액이 거의 일률적인 것 같았다. 아… 이런. 좋았던 기분이 갑자기 훅 꺼져간다. 아무리 신생 회사에 개인별 평가 기준이 없어서 인센티브를 개인별로 차별을 두고 지급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더라. 갑자기 ‘올 해의 직원 상’타이틀을 빔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띄워놓고, 수상자를 발표한다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더니 올 해에는 우리 모두가 수상자라며 같은 금액의 백화점 상품권을 나눠주던 작년 종무식이 떠올랐다. 그 땐, 생긴지 얼마 안 된 회사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번 인센티브는 좀 달라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누가 보더라도 회사에 보탬이 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같은 금액을 나눠줄 수 있다는 건지 1주가 지났는데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다 같이 생산하고 다 같이 나눠 가져야 하는 공산당도 아닌데.

인센티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면,

  1. 회사가 이익이 나면, 반드시 그 이익 중 일부는 회사 구성원과 나누어야 한다.
  2. 인센티브는 반드시 개인별 성과나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
    1. 어쩔 수 없이 균등 분배를 해야한다면, 금액으로 분배할 것이 아니라 퍼센티지를 균등하게 해야할 것이다.
    2. 평가 체계가 없어서 균등 분배를 해야한다면, 평가 체계를 만들고 난 후에 지급해야 한다. 평가 없는 보상이 어디있나.
  3. 적은 금액의 인센티브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안 주느니만 못할 수 있다.
    1. 하지만, 아쉬운 건 받는 사람들이다. 회사는 적은 금액을 주더라도 생색만 내지 않으면 된다.

* 인센티브를 줘도 불만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바로 옆 자리에 출근하는 사람이 수 개월 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나와 같은 인센티브를 받는 것을 생각해보시라. 사장이 채용한 거니까 월급받는 건 그렇다고 쳐도 인센티브까지 똑같이 나눠 갖는 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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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3년 2월 18일 , 시간: 12:39 오후

내 경험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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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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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과급이라는게 어떻게 나눠도 항상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지. 물론 너의 경우를 이해못하는건 즈얼대 아님 ㅎㅎㅎㅎ.
    개인별로 나눠주는 것도 좋지만 아예 회사의 전체 복지제도를 좀 더 향상시켜서 모두가 해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 개념으로 인센티브를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사내 육아제도나 뭐 그런것도 있고 다른 방법도 많겠지.

    lumenlunae81

    2013년 2월 18일 at 5:39 오후

    • 육아 수당, 자격증 수당, 도서 구입비 지원, 문화 활동비 지원, 외부 교육비 지원 등등~ 회사에서 신경 써주면 좋을 복지가 널렸지만… 회사를 꾸려 나가는 사람들의 입장은 또 그게 아닌가봐. 사실, 기술 서적 구입비하고 점심 식대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추가적으로 장비 구입 관련 제도나 키보드, 마우스 구입 포인트같은 게 주어지면 좋겠다. 기왕이면 공정한 성과급 분배가 잘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 말이지.

      dyway

      2013년 2월 19일 at 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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