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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very well : Life of an ordinary programmer

10월 31일, 전 직장 이야기

지난 주 목요일에 간만에 전 직장엘 갔었다. Ignite Seoul 행사에 참석하는 게 목적이었다.

퇴사한지 5개월 만이었다. 주말에 회사 근처를 지나다가 일 층에 있는 커피숍에 커피 한 잔 사러 들른 적은 있었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이 근무 중인 시간에는 처음이었다. 같이 일하던 분에게 연락을 해 보니 마침 나 말고도 퇴사했던 분이 잠깐 들러서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있다고 올라오라고 했다. 너무 오랜 만에 뵙는 분들인데도, 온라인으로 소식을 항상 접하고 있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회사는 요즘 희망 퇴직을 받고 있었다. 이미 뉴스를 통해 많이 알려진 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회사 분위기는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하긴… 항상 같이 일하던 동료 중 많은 사람들이 오늘이면 모두 퇴직을 하는데, 그 빈자리를 보면서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게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싶기도 하다. 그냥 한 명이 빠진다고 해도 허전할텐데, 팀 별로 서너명씩은 빠질테니 뭐… 다들 잘 되자고 하는 일이고, 아직 우린 젊으니까 힘내자는 말을 서로에게 전하고 있다는 것과 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희망 퇴직. 말이 좋아 희망 퇴직이지, 위로금 조금 손에 쥐어주며 하는 정리 해고가 아닌가. 회사에서 하는 서비스의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사세가 기울고 있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올 해 부임한 CEO는 인위적인 구조 조정은 없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몇 달도 지나지 않아 희망 퇴직이란 이름으로 구조 조정을 하다니. 뭐랄까, 반드시 해야할 일이긴 하지만, 괜한 배신감 같은게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이미 퇴사한지 오래 되어 직접 관련된 사람도 아닌 데도 이런 느낌이 드는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정을 내린 쪽도 힘들었을 거다. 수 백 명을 해고하는데, 정말 쉽게 결정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언제나 약자는 피고용인이라는 거. 애초에 이런 구조 조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을 때, 필요하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길 했었다면 조금 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처음으로 직장을 옮기는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이 바닥은 생각보다 좁다. 소속된 회사의 분야가 달라도 IT 바닥은 좁다. 그러니까, 오늘의 헤어짐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넓은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냥 슬프지만은 않을 것이다. 남아있는 분들, 떠나는 분들 모두 원하는 대로 이뤄나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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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2년 10월 31일 , 시간: 4:00 오후

내 경험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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