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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8월 2012

왜 휴가 중인 사람에게 전화를 할까

“야, 니들 중에 하나 없다고 부대가 안 돌아가면, 그게 조직이니? XX들 떨지 말고 휴가들 챙겨!”

군 생활 시절 모셨던 첫 번째 대대장께서 간부들이 외박을 쓰지 않는 모습에 진노하시면서 상황회의 때 하신 말씀이다.

5월에 현 직장으로 이직하기 전의 회사에서는 연차를 정말 눈치보지 않고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됐었다. 어차피 연차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연말에 보상비가 나오는 게 아니었고, 분위기 자체가 연차에 관해서는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연차사용불가침(?)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본인 업무만 잘 처리하면(당연하지만),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차를 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이 있다.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SI세상에서는 고객사의 구성원들이 눈치도 많이 주고, 을병정사의 직원들은 고객사 직원들의 눈치와 더불어 스스로도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 나는 다시 SI로 오면 눈치같은거 보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샌가 스스로도 눈치를 보고 있더라. 혼자만 매번 연차 쓰는 것도 전체적인 그림에서도 보기에 좀 그렇고.

아무튼, 지난 주 월-화요일에 휴가를 썼다. 내가 맡아 개발하는 부분은 지난 주에 스테이징에 배포가 되어야 했기에, 이틀 간의 휴가를 위해서 그 전 주에 개발을 완료하고 테스트 진행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이미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이슈들은 모두 해결이 된 상태였고, 간접적인 이슈들은 타 파트에서 결정이 나야 진행이 가능했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휴가 첫 날인 월요일에 문자가 온다.
“어쩌고 저쩌고~ 이게 그건가요?”

화요일 오후에 사무실 070 전화번호로부터 전화가 온다.

저녁에 가족과 식사 중인데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연달아 전화가 온다.
혼자 있었다면 당연히 받지 않았을 전화인데, 아내가 그래도 급하니까 한 전화일텐데 받아보라고 해서 받았다.

통화 내용은 2주 전쯤에 메일로 이미 다 공유한 것에 대한 재질문이었다.
그 때는 제대로 읽지 않고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질 것 같으니 전화를 해서 물어보는 거였다.
그나마, 고객사의 실무 책임자이긴 하지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분이라 그런지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보통 고객들은 이런 말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틀 간의 휴가를 끝내고 수요일에 출근을 했다.
나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했지만, 통화는 못한 을사 담당자가 나더러 한 마디 한다.
“왜 제 문자하고, 전화는 씹으세요…”

그래서 대답했다.
“휴가 때는 전화 안 받아요.”

왜 휴가 중인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것인가? 뭐가 그렇게 급한 일이길래 ‘쉬시는데 연락드려 미안하다’면서 연락을 하는 것인가?
내 경험상 이럴 경우의 이유는 다음 둘 중에 하나이다.

1. 자기가 잘 몰라서
2. 찾아보기 귀찮아서

특히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1년 가까이 되는 큰 프로젝트나, 잘 짜여진 조직 생활 중에는 ‘정말 급해서’ 휴가 중인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마일스톤이 있을 때에는 휴가를 잘 쓰지 않기 때문이고, 큰 조직이나 잘 짜여진 조직에 속해 있을 때에는 개인별로 세세하게 분업화가 되어있다고 해도 백업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둘 씩은 있기 때문이다. 근태 공유 및 부재중 업무 인수 인계도 휴가 간 사람을 배려하고, 업무도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도 하루 이틀 휴가 간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결례를 범하는 거, 이건 연락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1. 이게 정말 휴가 중인 사람한테 미안하다고 까지 하면서 연락해서 물어봐야 할 일인가? 사전에 논의된 내용이 없는가?
2. 일전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 벌어져서 담당자가 휴가를 가자마자 벌어져서 시스템이 마비가 되는 지경인가?
3. 백업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는가?

정말 단순하게 위의 세 가지 정도에 대한 질문만 자신에게 던져보고, 알아본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이다. 만일 위의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해봤을때에도 답이 안 나온다면, 그건 휴가간 사람한테 전화를 해야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업무 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것(1번)으로 봐야할 것이고, 그 조직에도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2, 3번)으로 인식하고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스스로가 본인이 맡은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모자라 뻔뻔하게 전화는 왜 안 받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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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2년 8월 7일 at 8:15 오전

내 경험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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