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way

I'm very well : Life of an ordinary programmer

글로 생각을 쓸 때에는 잘 써야 한다.

최근 인트라넷에서 나를 화나게 한 댓글 사건이 있었다.

요즘 이 바닥 분위기가 흉흉하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매출은 떨어지고 있고, 작년엔 순익이라도 조금 남았지만 이젠 순익도 안 나고 있고, 회사의 이미지나 여러가지 면에서 회사가 처한 입장이 곤란해지고 있는 가운데에 어떤 사건(회사 측 생각)이 벌어져서, 앞으로 언론과의 접촉이나 외부 강연 참석 시에는 사전에 반드시 홍보팀과 연락을 하거나 품의를 받고 진행을 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런데, 그러한 공지가 연속으로 2개가 올라오고, 또 다시 공지가 올라왔음을 알리는, 공지를 공지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최근에 회사와 관련하여 언론에 노출된 일로 짐작가는 기사가 세 꼭지 정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회사에 큰 타격을 주거나 그룹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끼칠법한 일들이 없어서 댓글로 문의를 했다. 단순 재공지인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인지. 그리고 나서 얼마 뒤에 보니, 나만 볼 수 있는 댓글로 ‘최근 5일치 뉴스를 살펴보라’는 친절한 댓글이 달려있었다.

아… 이런… 가족같은 친절함이 묻어나는 댓글을 보았나.
회사에서 매일 전직원에게 메일로 뿌리는 오늘의 뉴스, 게시물당 평균 조회수가 전체 직원의 1/10 수준인 그 오늘의 뉴스의 열독자인 나에게, 나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원님께서 뉴스나 좀 챙겨보고 말을 하라는 식의 댓글을 달다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혈압이 치솟았지만 잘 참았다가 다음 날에 일필휘지 논리대왕인 베프의 도움을 받아 적정한 의견 표시를 한 댓글을 정중하게 달아주었다. 그러자 이 아이는 그렇게 친절하게 –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귓속말로 신문을 찾아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이 또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할 것이냐. 차라리 이유를 얘기해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 – 댓글을 달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체 엉뚱한 변명 – 귓속말 댓글을 써서 죄송한 마음이 있다 – 만 늘어뜨리더라. 내가 듣고 싶었던 얘기는 신문을 찾아보라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막 했다는 것인데. 흑. 더 이상의 소모전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여, 거기서 그냥 접어버렸다.

읽는 사람이 불특정 다수이거나 혹은 한 명 뿐일지라도 본인이 어떤 말투로 얘기를 하는지 모르고, 일면식도 없는 상황이라면 정말 글을 잘 써야 한다. 읽는 사람에 따라 글을 쓰는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내용을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게끔 만드는 ‘죄송한 마음이 있다’는 식의 ‘그런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지도 모를 것 같다’는 식의 문장은 상대방의 화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와는 반대로 이해되기에 충분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글을 잘 써야 한다. 정말.

그냥 ‘죄송하다’고 끝냈으면 이런 구구절절한 내용은 쓰지 않았을텐데. 그냥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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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2년 4월 24일 , 시간: 8:27 오후

내 경험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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