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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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가게 이야기

한 과일 가게가 있었다.
이 과일 가게는 장사가 참 잘 됐다.
장사가 너무 잘 되서 사장 혼자 감당을 못 해서 직원을 채용하게 되었고, 직원 수는 과일 가게 치고는 많은 10명까지 불어났다.

과일 가게 사장은 바로 손을 뗄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가게를 내 놓았다.
엄청난 권리금을 받아서 챙긴 사장은 자식 교육과 편안한 노후를 위해 호주로 이민을 가고,
가게를 산 새 사장은 직원들하고 빨리 친해지기 위해 여행도 함께 가고, 회식도 자주 했다.

몇 년 뒤에 과일 가게 옆에 마트가 생겼다.
마트가 생기자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과일 장사는 동네 장사이기때문에 과일 가게 손님이 줄어든 건 동네 사람들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루는 종종 과일을 주문하던 근처 도시락 생산 업체에서 과일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단골 고객 관리 차원에서 오랫동안 안면을 트고 지낸 고참 직원이 직접 배달을 나갔다.
도시락 생산 업체에서는 요즘 마트때문에 힘드시겠다고 안부를 물었다.
직원도 별 다른 의도 없이, 예전에 하루에 만 원을 팔았다면, 요즘엔 사오천 원 정도 판다고 말을 했다.

과일 가게가 있는 이 동네에는 지역 신문이 있었다.
신문 기자는 마트로 인한 지역 상권 붕괴 현장을 기사로 쓰고 싶어서 탐문을 하던 중,
동네에 있는 도시락 업체를 발견하고 찾아들어가 사장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도중에 도시락 업체 사장이 ‘우리는 배달 장사라 좀 덜하지만, 과일 가게 직원 얘기를 들어보니, 마트때문에 장사가 잘 안된다고 하더라’며 과일 가게 직원에게 들었던 얘기를 해 주었다.
기자는 과일 가게에 들러 인터뷰를 하고 싶었지만, 기사 마감 시간이 되어 직접 가보지는 못 하고, 도시락 업체 사장에게 들었던 과일 가게 내용을 포함해서 기사를 썼다.

과일 가게 사장은 과일 가게의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는 내용이 포함된 다음 날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랬다.
자기 가게의 매출을 알리면 안 되는데, 누가 어디가서 이런 소리를 하고 다녔느냐며 직원들 앞에서 팔짝팔짝 뛴다.
앞으로는 절대로, 정말로,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지 말라고, 안 그래도 안 되는 장사 더 안 될 수가 있으니까 입단속들 하라고 주문을 한다.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하루에 세 번씩 주문을 한다.
그리고, 어디 배달을 나갈 때든 과일을 떼러 갈 때든 가게 밖으로 나갈 때에는 무조건 보고를 하고 다니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장사가 잘 되던 과일 가게 옆에 마트가 들어온 후로 과일 가게 장사가 잘 안 되는 걸 누구나 알고 있는 상태인데,
직원들에게 두 번, 세 번 신신당부를 하며 입 다물고 다니라고 말을 하니 직원들 기분이 좋을 리가 있을까.
입이 대빨 나온 직원들은 호시탐탐 대형 마트나 마트 상권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장사가 잘 되는 과일 가게로의 이직 기회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결국엔 베테랑 직원들이 하나 둘씩 가게를 떠나기 시작하고, 그 직원들과 거래하던 단골 고객들 마저 점점 사라져 간다.
사장은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이미 동네는 물론이거니와 상권 외 지역까지 그 과일 가게 분위기가 어떤지, 그 과일 가게 사장이 어떤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있어서 아무도 옮겨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머지 직원들은 점점 떨어지는 매상에 의기소침해지고, 사장은 더 이상 과일 가게를 유지할 수 없어서 가게 문을 닫는 길을 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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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way

2012년 4월 17일 , 시간: 8:50 오후

요즘 생각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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